본문 바로가기
가벼운 끄적거림의 파편들

[랜덤 한줄] 채근담 중 응수편 : 온전히 나로 존재하도록

by 저녁숲 2023. 3. 31.
728x90

[문구]
창승부기 첩측첩의 난사처후지수
조라의송 고즉고의 미면양반지치
소이군자 영이품상자협 무위어조 친인

[뜻]
쉬파리가 천리마에 붙을 경우 빨기 갈 수는 있겠으나
꽁무니에 붙어가는 수치를 면할 수는 없다.

담쟁이가 소나무에 의지해 높이 오를 수는 있으나
남에게 의지하여 오른다는 수치를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군자는 차라리 바람과 서리(어려움)을 끼고 살지언정
물고기나 새가 사람에게 빌붙듯이 하지 않는다.

[해석/적용]
채근담의 응수편은 사물, 현상, 사람에 대응하는 법을 다룬다.
주로 관계맺음을 어떻게 하면 잘 할 것인가를 말하는데,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에게 필요한 관계맺기 노하우를 설파하는 와중에
이 문구는 특이하게도 온전히 스스스로의 힘으로 오르라고 말하고 있다.
자칫보면 앞뒤가 안맞거나, 분류가 잘못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고민의 깊이를 더하다보면
당신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좋은 관계맺음이 필요하지만
그 관계에 의존한 나머지, 지배당하는 수준까지 되어버린다면
(이상적인 경지인) 군자라고 부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10년차를 넘어서는 올해 들어 조직생활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된다.
혹자는 “더 높이 가기 위해서는 관계를 잘 맺어야한다, 널 보여줘야한다”고 하며
본인을 어필하거나 회사의 Core Group에 있는 리더와 인연이 필수조건이고,
그것을 위한 술자리, 골프모임 등 외부활동을 해야할 시점이라며 날 가르친다.

날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전제하에 그러한 조언에 감사함을 가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왠지모를 거부감과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나는 갈등했다.
고맙게도 이번에 이 문구를 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내 이름 두 글자로 표현될 수 있는 하나의 글, 그림, 영상을 나의 인생이라고 한다면
이를 어떤 내용으로 채우고 싶은가에 대해 조언해준 사람과 나의 생각에 차이가
있던 것이며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수준에 있어서도 내가 몰랐던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사회인으로서 나는 내 개인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때때로 겪은 회사의 비상경영과 그로인한 불안감, 구직등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조직(회사)가 구성원(직원)을 더 이상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 가정으로 깔고 있다. 그러므로 언제든 회사를 나가도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안다. 나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들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을수록 조직생활이 편해진다는 것을…
하지만 조직은 항상 바뀌며, 구성원 또한 바뀐다.

또한 그런 사람들이 형성한 이너서클은 그 조직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연차가 쌓이는 동안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관계의 확장과 강화에 주로 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삐딱한 시각으로 “고인물” 또는 “내수용 인재”라는 딱지를 붙여 폄하한다.

조직의 인정이 중요하나, 그 조직이 영원하거나 완벽한 것이 아니란 점을 알아야한다.
내수로도 좋으나,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를 보여주는 방법이나 타겟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나를 증명하는 방법은 내 경력과 각 산출물을 통한 방법과 고객/상사/동료의 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공신력있는 증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속한 조직이최고거나, 전문성을 인정받는 자격증 같은 브랜딩 말이다.

또한 쉬파리, 담쟁이라 비웃음을 받을 지언정 내 가치를 레버리지할 대상 또한 중요하다.
당장 내가 소속한 조직의 리더가 배울만하고, 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하며
장기적으로 함께할 멘토의 경우, 천리마 or 백년목과 같이 그 수준을 높게 설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나만의 방향으로 그들의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면 ㅆ선비 병에 걸려 혼자 독고다이로 회사생활을 한다면
그저 자기만족에 빠진 에이스로 머물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균형(중용)이다.
온전한 나를 증명하고, 성장시킬 수있는 방법을 적용하되
나를 높은 수준으로 보다 빠르게 다다르게 할 수 있는 대상을 확보해 활용해야 한다.

고로 무리하여 못하는 술을 마시거나, 없는 시간을 쪼개 골프를 치려하지말자.
난 나의 방법으로 나를 보여주면 되는 것이며, 커피한잔의 대화로도 보여주면 된다.
집중해야할 것은 ”어떤 사람을 포섭할 것이며, 무엇을 보여줄수있는가“ 아니겠는가?

728x90

댓글